취업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요즘, 서류 한 장 넣을 때마다 손이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두 번의 공채 시즌을 거치면서 제가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스펙보다 마인드셋이 먼저 무너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탈락이 쌓이고, 루틴이 흔들리고, AI가 내 자리를 빼앗는다는 불안까지 겹치면 준비 자체가 멈춰버립니다. 이 글은 그 막막함을 직접 겪어본 입장에서 쓴, 솔직한 기록입니다.

탈락이 쌓일수록 루틴과 자존감이 함께 무너진다
취업 준비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은 서류 단계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1차, 2차 면접까지 올라갈수록 오히려 더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서류 때는 정량적으로 할 일이 명확하니까 루틴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면접 전형으로 넘어가는 순간, "얼마나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라는 물음표가 생활 전체를 헝클어 놓더라고요.
심리적 소진(Burnout)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번아웃이란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실패 경험이 반복되면서 감정적·신체적 에너지가 고갈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취준 후반부에 겪는 무기력함이 바로 이 번아웃의 전형적인 증상인데, 저도 최종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에 수면이 완전히 뒤집혔고 밥맛도 없어졌습니다. 그 상태에서 면접장에 들어가면 당연히 기세가 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의도적으로 붙들었던 게 두 가지입니다. 취침·기상 시간만큼은 면접이 없는 날에도 고정시켰고, 하루 한 번은 10분이라도 밖에 나가서 햇빛을 쐬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세로토닌(Serotonin) 분비와 직결된 습관입니다. 세로토닌이란 기분 안정과 집중력 유지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햇빛 노출이 그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출처: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몸이 버텨야 멘탈도 버팁니다.
탈락 자체에 대한 해석도 바꿔야 합니다. 제 경험상 탈락은 내 실력의 총합이 아니라 그 회사, 그 면접관, 그 시점에서의 불일치를 의미할 뿐입니다. 취업에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처럼 지원자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 즉 회사의 채용 기조, 면접관 성향, 경쟁자 풀, 해당 팀의 분위기 같은 요소들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 변수들을 통제할 수 없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운이 터질 확률을 높이는 것, 즉 지원서를 최대한 많이 넣는 것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 면접 전형 진입 후 루틴 붕괴 → 수면 시간 고정으로 최소한의 리듬 유지
- 탈락의 심리적 충격 → "이 결과는 나의 가치가 아니다"로 해석 전환
- 통제 불가 변수(면접관 성향, 경쟁자 풀) → 지원 횟수를 늘려 확률을 높인다
- 번아웃 예방 → 하루 10분 야외 햇빛 노출로 세로토닌 분비 루틴 확보
AI 시대의 취업, 결국 사람 핏과 창의력이 남는다
요즘 면접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상담했던 여러 취준생들의 후기를 들어보니 "AI를 활용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을 가져오세요"라고 사전 안내를 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생성형 AI(Generative AI), 즉 텍스트·이미지·코드 등을 스스로 생성해 내는 인공지능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직무 역량 평가 항목으로 올라온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AI가 도구가 됐다는 건 알았는데, 그 도구를 쓰는 능력 자체를 이미 면접 전형에서 검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제 생각보다 훨씬 빠른 변화였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상당수가 신규 채용 시 디지털·AI 역량을 우대 조건으로 명시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경영자총협회).
그런데 여기서 제가 강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AI를 잘 쓰는 것과 AI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질문과 명령어를 설계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같은 AI 툴을 써도 어떤 명령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퀄리티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결국 판단과 방향 설정은 사람의 몫이고, 그 사람의 역량이 AI 결과물의 수준을 결정합니다.
카더라 문화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취준생 오픈 채팅방이나 자소설닷컴 같은 공간에서 "○○ 학벌 이하는 서류 광탈", "나이 많으면 안 뽑아" 같은 소문이 돌지만, 제 경험상 그게 사실이 아닌 경우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직무별로 보는 기준이 다르고, 같은 직무라도 그 해 채용 기조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소문 하나에 지원을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확률을 스스로 줄이는 행위입니다.
사람 핏(Person Fit)이라는 말도 취업 후에 더 실감했습니다. 사람 핏이란 스펙이나 직무 역량과 별개로, 면접관과 지원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성격·소통 방식의 궁합을 의미합니다. 논리적으로 대화를 끌고 가는 사람이 잘 맞는 팀이 있고, 감성적 공감으로 분위기를 이끄는 사람이 더 잘 통하는 팀이 있습니다. 이건 면접을 많이 볼수록 조금씩 읽히기 시작하는 감각입니다. 제 경우엔 두 번째 시즌이 되고서야 면접관의 반응을 보며 제 톤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채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 어떻게 마음을 잡아야 하나요?
A. 두 시즌 이상 걸려서 합격하는 경우가 실제로 매우 많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자기 암시를 하되, 지금 이 시즌에는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실적인 균형점입니다. 불안을 강박으로 키우지 않는 게 핵심입니다.
Q. AI 역량이 없어도 대기업 공채에 지원할 수 있나요?
A. 현재 모든 기업이 AI 역량을 필수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면접에서 AI 활용 경험을 묻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으므로, 당장 전문가 수준이 아니더라도 생성형 AI 툴을 업무 맥락에서 써본 경험을 한 가지라도 만들어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Q. 취업 오픈 채팅방 정보, 얼마나 믿어도 되나요?
A. 저는 걸러서 보는 편을 추천합니다. 채팅방에서 돌아다니는 학벌·나이·경력 관련 소문은 직무나 해당 연도 채용 기조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여러 경로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조언만 취합하고, 소문 하나로 지원을 포기하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면접을 많이 볼수록 정말 늘기는 하나요?
A. 제 경험상 늘긴 늘었습니다. 정확히는 스크립트 암기 능력이 느는 게 아니라, 면접관의 반응을 읽고 소통 방식을 조정하는 감각이 생깁니다. 사람 핏이라고 부르는 그 감각은 반복 경험 없이는 이론으로만 알고 있는 상태에 머뭅니다.
Q. 서류를 많이 넣는 게 정말 도움이 되나요, 전략적으로 소수만 집중하는 게 낫지 않나요?
A. 저도 처음엔 소수 집중 전략을 썼다가 두 번째 시즌에 방향을 바꿨습니다. 취업에서 운이 작용하는 변수들, 즉 면접관 성향이나 팀 분위기 같은 것들은 지원하기 전에 알 수 없습니다. 그 운이 터질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합격 확률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결론
취업 시장이 어렵다는 말은 사실입니다.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사회 전반에 스며들 때마다 과도기가 찾아왔고, 그 과도기를 버틴 사람들이 결국 새로운 기준에서 앞서 나갔다는 것도 역사가 반복적으로 보여준 패턴입니다. 지금의 AI 전환기도 그 흐름 중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버티면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AI를 도구로 다루는 능력, 탈락을 내 가치와 분리하는 해석 습관, 그리고 루틴을 지키는 신체적 기반.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시장이 어떻게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취준 체력이 만들어집니다. 지금 이 시즌을 버텨낸 결과는 반드시 좋은 형태로 돌아온다고 믿습니다.